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음에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제는 기억을 들춰보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곤 한다 더이상 울지 않고 더이상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아픈 걸 다 잊을 수 있다 눈앞이 캄캄하다 이제서야 실감이 난다 너는 더 멀리 떠나간 거야 내 손끝조차 닿지 않는 곳으로 새벽마다 나를 찾아왔을 때 나를 찾아오는 네가 너무나 좋았어...
7월의 태양 아래에서도 시원한 공기가 드는 곳 세상이 파랗게 물드는 때가 있다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당신은 밀려 들어온다 파도가 부서지는 이유 새하얗게 번져드는 이유 당신이 파도라면 나는 바다가 될게요
우리가 했던 말이 소설처럼 쓰이길 바랐던 건 아냐 종이에 빼곡히 적은 우리의 대화는 모두 번져 사라지고 말 거야 나는 잊지 않으려 애쓰지만 하루 자고 일어나면 모두 꿈이 되겠지 원래 없었던 일같이 약을 먹는다고 아픈 게 당장 낫는 게 아닌 것처럼 나는 너를 삼키고 나서도 네 환각을 종종 보곤 해 내 기억 속에 넌 애틋하고 잔인하고 아주 가끔 없던 사람인 듯...
나는 냄새 맡는 걸 좋아해 네 품에 코 박고 킁킁댔던 것처럼 종종 하늘에 얼굴을 대고 냄새를 맡곤 해 추웠던 날씨가 점점 따뜻해져 가 봄이 올수록 점점 봄 냄새도 나고 있어 맨 얼굴로 바람을 느낄 수 없다고 냄새를 맡지 못하는 건 아냐 오히려 더 집중하게 돼,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계절의 냄새가 날 때마다 나는 기억을 만들고 순...
1 유난히 손이 차가운 사람은 뜨거운 것에 예민한 사람처럼 굴었다. 여러 날 뜬 달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상처가 아물어 가는 모습도 달라지고 있었다. 꾀죄죄한 몰골로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현관에서 조금씩 들어오던 목소리들은 전부 울리기도 전에 천천히 퍼져 사라지길 반복했다. 습하고 미지근한 공기가 콧구멍을 간질이다 깊이 들어와 뚫려있던 기...
너는 얼음이 녹은 자리마다 손가락을 담그는 것을 좋아했고 신발을 꺾어 신는 것을 좋아했어 비가 오던 날 하나밖에 없는 우산을 쓰고 팔짱을 끼고 걷던 그 밤 나는 지하철을 타고 너는 버스를 탔지 마지막인 것처럼 잡아주던 손 아직도 기억해 너를 안으면 나던 그 냄새들 잊지 못하고 있어 마지막에 마셨던 키위주스가 참 맛있었는데 이제 와서 얘기를 해 너랑 하는 ...
빛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들지 않는 방안을 기며 몸을 웅크렸다. 비가 쏟아지는 바깥을 한참이고 바라보다 커튼을 치는 사람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끊긴 기억은 수면 위로 오롯이 떠오르지 못했다. 불 같이 열이 오른 몸은 단순히 숨을 내쉬는 것만으로도 잔뜩 긴장해 툭툭 끊어지듯 떨려오고 있었다. 손등 위로 핏줄이 불거졌다 가라앉길 반복했다. 창밖으로 서럽게 울어...
일찍 눈을 감으려고 마음먹었건만 영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속을 썩인다. 불면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쉽사리 잠을 청하지 못 하는 건 오늘도 꿈에 당신이 나오지 않을까봐 하는 노파심이 들어서일 테다. 당신이 꿈에 나오지 않게 된 건 이미 반년이 조금 넘었지만 오늘같이 마음이라도 아픈 날에 몇 글자 적어내면 꼭 당신은 내 꿈에 나와 나를 만나주곤 했다. 어떤 날...
미련하게도 너 아직 나 좋아해? 묻는 말에 아니라는 말은 차마 뱉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니가 먼저 시작한 거야. 좋아하지 마. 집에 갈 거니까 너도 집에 가. 한참을 쥐고 있던 옷자락이 잔뜩 늘어나 주름이 졌다. 그 사이 움푹 파인 곳에 네가 있고, 반대편엔 내가 있어. 꺼진 가로등이 한참을, 한참을 가만 서서 바라본다. 한심하지. 숨을 크게...
조금 따끔할 수도 있습니다. 머리 위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돌이라도 깨부수는 것처럼 시끄러운 소리가 한참 들리더니, 차가운 손이 이마를 몇 번 쓰다듬는다. 잘 참았어요. 입술을 한참 눌러 벌리고 있던 손가락에 바세린을 듬뿍 묻힌 채, 입 주변을 정성스레 문지른다. 거즈는 피가 멎으면 빼시구요. 여분으로 몇 개 더 드릴게요. 약 잘 챙...
내 목을 조르던 손을 기억해 우린 서로의 낡은 부분을 비집고 들어가 곪아 죽은 부분만 먹고 나오지 지쳐 앓아누워도 나는 계속 새살이 차기도 전에 몇 번이고 계속 상처가 다 낫기도 전에 너는 죽으려거든 아프지 않을 때 죽어 목을 매달더라도 내가 지켜보고 있을게 마지막은 다 내 몫인 거야 그러니까 어디서 아파서 죽었다고 불쌍한 놈 취급받지 말아 누구 입에도 오...
당신이 없는 지구를 저승이라 불러도 될까요 나 혼자 죽은 세상에 살고 있는 거겠죠 아직 미련이 남아 떠나가지 못하는 사람처럼 나는 늘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나는 자주 할 말들을 잊었지만 그리운 당신만큼은 잊지 못하겠더군요 영영 그렇게 남겨놓은 유언처럼 희미하게 온기가 남아있는 당신 손을 입에 머금고 우리가 지새던 그 새벽을 홀로 보내고 나면 이제는 정말 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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